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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현대스포츠 심리학-불안과 스포츠

by 해치파치 2025. 1. 13.

 

 

1. 불안 관련 용어

경기나 시험을 앞두고 긴장과 불안을 경험했을 것이다. 경기에 대비해 많은 시간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과 불안으로 인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불안은 스포츠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 불안과 경기력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제시되었다. 스포츠 지도자나 선수들은 경기 불안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반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은 불안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해석하여 경기에서 유용하게 활용한다.

불안과 관련된 몇 가지 용어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불안 관련 용어를 분명하게 정의하면 불안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촉진될 수 있다.

• 각성: 각성(arousal)은 생리적, 심리적 활성화 수준을 의미하며, 깊은 수면 상태에서 흥미진진한 상태까지의 연속선상에 위치한다. 다시 말해 각성은 개인의 생리적, 심리적 활동을 통합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특정 순간에 개인이 느끼는 동기의 강도를 나타낸다. 졸린 상태에서는 각성이 낮고, 심박수가 증가하는 긴장된 상황에서는 각성이 높아진다. 생리적, 심리적 활성화 수준이 높아지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며, 땀을 흘리게 된다.

• 불안: 불안(anxiety)은 초조함, 걱정, 우려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의미하며, 신체의 각성 또는 활성화를 유발한다. 따라서 불안을 느끼기 위해서는 각성이 어느 정도 높은 상태여야 하고, 부정적인 정서도 존재해야 한다. 어떤 개인은 성격적으로 불안 수준이 높을 수 있다. 이러한 성격적 특성에 의해 나타나는 불안을 특성 불안(trait anxiety)이라 한다. 반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불안을 상태 불안(state anxiety)이라고 부른다.

• 특성불안: 특성불안은 성격 특성의 하나로,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특성불안이 높으면 객관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위협을 느낀다. 또한 특성불안이 높을 경우 특정 상황에서의 상태불안도 쉽게 증가한다. 즉, 특성불안이 높은 사람은 시합이나 시험 상황에서 특성불안이 낮은 사람에 비해 더 큰 불안을 느끼게 된다.

• 상태불안: 특성불안이 성격적인 불안이라면 상태불안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적인 불안 반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합 전날까지 불안감이 높지 않았던 선수도 상대 선수의 모습을 본 순간 갑자기 불안이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불안을 상태불안이라고 한다.

• 인지불안: 인지불안(cognitive anxiety)은 불안의 '생각' 측면을 의미한다. 즉, 머릿속에서 걱정하고 신경 쓰는 것을 말하며, 부정적인 생각이 드러나는 것을 인지불안이라 한다.

• 신체불안: 신체불안(somatic anxiety)은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는 불안을 의미한다. 불안이 증가함에 따라 심박수와 호흡수가 증가하고, 땀을 흘리며 근육이 긴장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개인에 따라 속이 불편해지거나 입술이 마르는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불안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한 연구를 종합해 보면, 불안 요인은 대체로 상황 요인과 개인 요인으로 구분된다(Weinberg & Gould, 2007). 상황 요인에는 시합의 중요도와 시합의 불확실성이 포함된다. 반면, 자기 존중감, 특성불안, 사회적 신체불안은 불안과 관련된 개인 특성 요인이다. 

 

 

2. 각성과 불안의 측정

1) 불안과 스트레스의 증상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불안 증상이 개인마다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불안 증상으로 하품을 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불안할 때 하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도자는 많지 않다. 하품은 불안과 정반대의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안 증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평소 개인의 불안 증상이 무엇인지 파악해 두면 불안을 조절하는 전략을 사용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불안과 스트레스 증상에는 개인차가 크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 화장실을 자주 간다.
• 부정적인 혼잣말을 한다.
• 근육이 긴장된다.
• 몸이 불편해진다.
• 입이 마른다.
• 집중이 안 된다.
• 손이 차갑다.
• 땀을 많이 흘린다.
• 멍한 상태가 된다.
• 속이 불편해진다.
• 머리가 아프다.
• 잠을 잘 못 잔다.
• 경기 기록이 좋지 않다.

 

2) 생리적 측정
각성과 불안을 측정하는 생리적 방법은 인체의 생리적 신호를 감지하는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불안 측정에 자주 사용되는 생리적 신호는 심박수, 호흡, 피부 전도력, 뇌 활동, 근육 활동 측정 등이 있다. 생리적 측정 방법은 계측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스포츠 상황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착용과 이동이 간편한 휴대형 장비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장비는 가슴에 띠로 묶는 심박수 송신기와 손목에 착용하는 수신기로 구성된 무선 심박수계이다.

 

3) 심리적 측정
질문지의 문항을 이용하여 불안이 얼마나 되는지를 응답자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심리적 측정법이다. 불안을 단일 차원으로 본다면 비교적 간단한 불안 문항에 대해 어느 수준인지를 표시하게 하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다차원으로 불안을 측정하려면 인지 불안에 관한 여러 문항에 대해 응답하게 하고 종합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신체 불안에 관한 여러 문항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종합 점수를 구한다. 상태 불안을 측정하느냐, 특성 불안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가 달라질 수 있다. 상태 불안을 측정하는 질문지는 "지금 현재" 불안이 어떠한지를 묻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 특성 불안을 측정하는 질문지는 "대체로" 불안이 어떠한지를 묻는다. 특성 불안과 상태 불안 간에는 상당한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특성 불안 점수가 높은 사람은 경쟁적인 스포츠 상황에서 상태 불안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특성 불안을 알면 상태 불안을 예측할 수 있고, 불안을 조절하기 위한 대처 방법을 찾는 데 유리할 수 있다.

 

3. 불안과 경기력 관계에 관한 이론

불안과 경기력 간의 관계는 스포츠 심리학 연구에서 가장 자주 다루어지는 주제 중 하나이다.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불안을 어떻게 조절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경기를 앞두고 어느 정도 불안을 느끼는 것은 필요할 수 있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과도한 불안은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와 선수 자신이 경기 불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불안과 경기력 간의 이론 모형을 살펴보자.

 

1) 추동이론

추동 이론(drive theory)은 Hull(1943)이 최초로 제안하고, Spence(1956)가 수정한 이론으로, 수행(performance)은 습관(habit)과 추동(drive)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여기서 습관은 학습된 반응을 의미하며, 충분히 연습되었을 경우 높고, 초보일 때는 낮다. 추동은 각성(arousal)과 유사한 개념이다. 경쟁 상황에서 긴장하면 각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추동이 높아질수록 학습된 반응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추동, 즉 각성이 높아질수록 수행이 증가하는 관계는 직선적이라고 본다. 각성이 높아지면 모든 수행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잘하는 반응이 좋아진다. 각성이 높아지면 모든 수행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각성이 증가함에 따라 수행이 향상되려면 개인이 잘하는 반응이 올바른 수행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운동 기술이 충분히 숙달된 선수에게만 각성이 증가함에 따라 수행이 향상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의미한다. 어떤 동작에 대한 숙련도가 낮으면 잘하는 반응은 올바른 수행이 아닌 실수 동작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각성이 높아지면 그 선수가 잘하는 반응, 즉 실수 동작이 더 자주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경기에서 요구되는 기술을 완벽하게 자동화하지 않았다면 각성이 높아지게 되면 실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연습할 때는 비교적 잘하는 선수가 시합에서는 평소와 다른 동작으로 경기를 망치는 사례가 있는데, 이런 현상은 추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세계 기록이 갱신되는 경우는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에서 자주 발생한다. 우수한 선수에게는 각성이 높아지는 것이 수행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동작을 자동화하면 관중이 많은 중요한 시합에서 평소보다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하지만, 자동화가 되어 있지 않으면 큰 대회에서 평소와 비교하여 낮은 실력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이론이다.

 2) 역U자 이론
역U자 이론(Inverted-U theory)에 따르면 각성이 증가하면 수행도 증가하다가 적정한 각성 수준에서 최고의 수행을 발휘하게 되고, 그 이상으로 각성이 증가하면 수행도 다시 점차적으로 감소한다(그림 6.1). 이 이론은 실험실 상황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한 Yerkes와 Dodson(1908)에 의해 제안되었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최고의 수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준의 각성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야구, 볼링, 축구, 배구, 수영 등 거의 모든 종목의 선수와 지도자는 과도하게 높거나 지나치게 낮은 각성이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적당히 긴장할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이론이다.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역U자 이론은 각성과 수행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유용해 보인다. 하지만 역U자의 곡선 관계를 실제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개인에 따라 최적의 각성 수준이 다르다는 점도 이 이론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과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적정 각성 수준이 달라질 수 있으며, 각 과제마다 개인에게 맞는 적정 각성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개인이 각성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인지적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못한 단점도 있다.

 3) 최적수행지역.

비교적 최근에 Yuri Hanin(1989, 1995)이 제안한 최적 수행 지역(ZOF, zones of optimal functioning)은 역U자 이론의 단점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적 수행 지역 개념은 적정 각성 수준에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단순한 역U자 곡선의 한계를 벗어난다.

최적 수행 지역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선수의 불안과 수행 간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이를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양궁 선수가 만점을 쏘는 순간의 불안 수준을 반복적으로 기록한다면, 그 선수의 최적 각성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적정 불안 수준은 선수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며, 개인에 따라 그 수준에서의 차이를 인정하는 점에서 개인차를 존중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ZOF는 최초로 소련의 엘리트 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발견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실제로 선수의 심리 훈련 과정에 적용되어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원래 불안과 수행의 관계를 예측하기 위해 개발된 개념이지만, 정서 연구에도 확장 적용되고 있다.

 

 4) 다차원불안이론
1990년대 이후 스포츠 분야에서 불안 연구는 다차원 불안 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지 불안(cognitive anxiety)과 신체 불안(somatic anxiety)은 시합 전에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인지 불안은 시합 전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신체 불안은 시합 직전에 급격히 상승한다. 시합 1주전, 2일전, 1일전, 2시간 전, 20분 전의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시합이 다가오면서 신체 불안만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Gould, Petlichkoff, & Weinberg, 1984).
스포츠 심리학에서 다차원 불안 이론이 연구와 실천에 널리 보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연구는 Martens 등(1990)이다. 다차원 불안 이론의 핵심은 시합 불안을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불안 차원이 서로 다른 양상으로 수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수영 선수를 대상으로 한 Burton(1988)의 연구는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Burton은 신체 불안과 수행 사이에는 역U자 관계가 있을 것이고, 인지 불안과 수행 사이에는 부정적 직선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CSAI-2를 이용하여 수영 선수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불안과 수행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그의 예측이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다차원 불안 이론이 스포츠에 적용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한편 신체 불안과 수행 사이에는 역U자 관계가 입증되었지만, 인지 불안과 수행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를 찾지 못한 연구도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불안과 수행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차원 불안 이론은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을 분리하여 수행과의 관계를 예측하고자 했다. 하지만 선수는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므로 이를 분리하여 분석하는 것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후에는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론적 접근이 도입되었다.

 

 5) 전환이론
전환 이론(reversal theory)은 각성과 정서 간의 관계를 예측하는 이론이다. 따라서 각성 또는 불안과 수행 간의 관계를 예측하는 다른 이론과는 구분되는 측면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각성과 정서의 관계는 각성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각성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높은 각성은 해석에 따라 흥미진진한 것이 될 수도 있고 불안이 될 수도 있다. 흥미진진한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불안은 부정적으로 해석한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낮은 각성도 긍정적으로는 이완(relaxation)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지루함(boredom)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환 이론에서는 각성에 따른 정서의 해석이 연속선상에서 변하며, 어느 순간에 각성의 해석 방향을 전환(switch)할 수 있다고 본다. 즉 긍정적인 해석을 부정적으로 바꾸는 것과 부정적인 해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환 이론이 스포츠에 주는 시사점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각성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각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6) 카타스트로피이론
카타스트로피 이론(catastrophe theory)은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수행을 예측하는 이론이다.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을 동시에 고려하여 삼차원적이며 비직선적으로 수행을 예측하는 이론이다. 스포츠 상황에서 카타스트로피 이론을 체계적으로 적용한 학자는 Hardy(1990, 1996)이다.
카타스트로피 이론은 신체적 각성(신체 불안) 수준이 어떠한가에 따라 인지 불안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본다. 인지 불안(걱정)이 낮은 상황에서는 신체적 각성과 수행의 관계가 역U자를 이루지만, 인지 불안이 높을 경우 신체적 각성과 수행의 관계는 더 이상 역U자를 이루지 않는다. 인지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신체적 각성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까지는 수행이 향상되지만, 적정 수준을 넘으면 수행이 급격히 추락하게 된다. 이러한 급격한 수행 추락 현상을 카타스트로피라고 부른다.

한편, 수행의 급격한 추락, 즉 카타스트로피를 겪은 선수가 최적의 수행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각성(불안)을 완전히 낮춘 다음 점진적으로 각성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카타스트로피 현상을 이론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복잡한 수학적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카타스트로피 이론에서 언급하는 수행의 급격한 추락은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합에 대한 걱정(인지 불안)이 많고 신체적 불안 증세가 동반되면 어느 순간에 수행이 급격히 저하된다. 선수들이 "앞이 캄캄했다"거나 "얼어붙었다", "몸이 굳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경험을 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상태를 경험하면 짧은 시간에 다시 최적의 수행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완전히 긴장을 푼 다음 점진적으로 각성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선수는 신체적으로 완전히 이완한 다음, 인지적 불안을 조절하고 자신감을 찾은 후 최적의 수행 수준에 이르도록 각성을 다시 높여야 한다.

Hardy(1996)는 카타스트로피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수학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실제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한 바 있다. Hardy의 설명은 카타스트로피 이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카타스트로피 이론은 신체적 각성과 인지 불안의 상호작용에 따라 수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한다. 신체적 각성이 낮을 때 인지 불안은 수행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신체적 각성이 높을 경우 인지 불안은 수행을 낮추게 된다. 실제로 신체적 각성이 낮고 인지 불안이 높을 때 수행이 향상되는 현상을 보고한 연구도 있다. 반면에 신체적 각성이 낮고 인지 불안이 낮으면 수행도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체적 각성과 인지 불안이 모두 나쁜 경우, 신체적 각성이 높지만 인지 불안이 낮은 경우보다 수행이 더 나빠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 선수의 절대적 수행은 인지 불안이 낮을 때에 비해 인지 불안이 높을 때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지 불안이 반드시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신체적 각성이 과도하게 높지 않다면 인지 불안은 전혀 없는 것보다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수행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적정한 신체적 각성을 초과하는 순간 수행이 급격하게 추락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7) 불안의 방향해석
스포츠 심리학에서 시합 불안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안 증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불안 증상이나 불안 강도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하고 있다(Jones, 1995; Jones, Hanton, & Swain, 1994). 불안이 발생했을 때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수행에 도움이 되고,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의 강도만을 측정하고자 했던 기존의 스포츠 불안 연구에 비해 불안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주제에 대해 다른 학자들은 불안은 강도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대체로 엘리트 선수들은 불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엘리트 선수들은 주변의 부모와 코치가 불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다. 비엘리트 선수에 비해 엘리트 선수들은 인지 불안과 신체 불안을 모두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트 선수들은 불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목표 설정과 심상 같은 인지 전략을 활용하기도 한다(Hanton & Jones, 1999). 따라서 엘리트 선수들은 불안을 수행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장기간의 훈련과 시합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불안의 방향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관한 개념 모형도 개발되었다(Jones, 1995). 우선 스트레스 요인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차가 존재한다. 불안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불안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선수가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면 불안은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불안을 통제할 수 없는 압박감으로 받아들이면 불안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되고, 수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불안은 강도 그 자체보다 선수의 통제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불안이 그 자체로 나쁜 것으로 여겨지는 관점은 변화할 필요가 있다. 불안의 강도만으로 수행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구체적인 관련성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강도와 함께 불안의 방향 해석을 고려한다면 불안과 수행 간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불안을 해석하는 방식에 개인차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불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전략을 심리 훈련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 목표 설정, 심상, 혼잣말 등의 기법은 불안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트 선수들은 이미 이러한 기법을 스스로 터득하여 시합에서 활용하고 있다. 선수, 지도자, 부모 등이 불안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시합을 위한 자신감의 상태로 해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4.불안이 수행에 영향을 주는 이유

불안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서는 불안이 수행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차원 불안 이론에 따르면 신체 불안과 인지 불안은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신체 불안이 높을 경우에는 신체 불안을 조절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인지 불안이 높을 경우에는 인지 불안을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불안이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이유로는 불안으로 인한 근육 긴장으로 협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명과, 불안이 증가하면 주의 초점이 좁아져 적절한 주의 집중에 실패한다는 설명이 있다(Weinberg & Gould, 2007).

1) 근 긴장에 따른 협응의 어려움
불안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근육이 경직된다.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스트레칭이나 준비 운동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주는 선수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어깨와 목 주변이 경직되어 양쪽 어깨가 올라가고 팔과 다리가 지나치게 굳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각성과 불안은 근육의 긴장 수준을 높이며, 이는 근육의 협응을 방해한다.
불안이 높아지고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 동작을 수행할 때 근육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간다. 더욱 문제인 것은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을 위해서는 여러 근육이 조화를 이루어 수축과 이완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긴장 상태에서는 여러 근육이 동시에 수축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근육의 긴장으로 인해 여러 부수적인 현상도 발생하는데,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고 혈중 젖산이 빠르게 축적된다. 따라서 불안이 높아지면 근육이 긴장하고, 긴장된 근육은 협응을 방해하여 궁극적으로 수행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2) 주의집중의 변화
불안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주의 패턴과 집중에 변화가 생겨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 불안이 높아지면 선수의 주의 영역이 좁아진다.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면 주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긴장한 축구 선수가 경기장 전체를 살피지 못해 좋은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주의 영역이 좁아져서 발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면 적절하게 펼쳐진 주의 영역을 살피지 못하고, 마치 원통을 통해 앞을 바라보는 듯 특정한 좁은 영역만 주시하게 된다. 이를 주의 영역의 협소화라고 하며, 넓은 영역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수행에 방해가 된다.
또한 과도하게 긴장하면 경기장을 살펴보는 빈도가 줄어든다. 즉, 경기 전체를 살피지 못해 전략과 전술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긴장된 상황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주의 유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외부를 넓게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좁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긴장과 불안은 주의 유형을 변화시킨다. 스포츠 상황에서는 상황에 맞게 주의 유형을 적절히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배구 서브를 넣기 전에 상대 코트를 전체적으로 살핀 후, 서브가 잘 들어가는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린 다음, 토스를 하고 공을 뚜렷하게 쳐다봐야 한다. 이처럼 순간적으로 주의 유형을 바꿔야 최적의 수행이 이루어지지만, 불안할 경우 이러한 패턴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변화는 주의 유형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고 걱정을 하거나 자의식에 빠지는 것이다. 상대 코트를 살펴야 하는 순간에 서브 실수를 걱정하고, 공을 쳐다봐야 하는 순간에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신경 쓴다면 수행은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